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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oori] 호박벌 날려보내기 - 생각하고, 찾아보고, 배워보자.


탄두리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부산일러스트레이션 페어와 텀블벅이 함께하는
탄두리 출간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탄두리 프로젝트를 단행본으로 소장할 기회! 
2020년 10월 10일까지 후원 참여가 가능합니다. 자세한 내용 보기


EP11 개구리 삶기?

EP12 개미처럼 일하라니!

EP13 자살 전갈?

EP14 호박벌이 왜 못 나는데?


딜리헙 페이지에서 다시 읽기

지난 이야기- 사이비 동물 거짓말 SE01 ; 솔개의 선택? 메기효과? 가짜 우화는 현대판 주술이다


#‎TandooriProject‬
[Tandoori] EP 11, 12, 13, 14
- 사이비 동물 거짓말 SE02 제작노트


[정리하는 글][Epilogue][좋은 글][힐링치유 글][SCIENCE!] 
☆★☆호박벌 날려보내기☆★☆ 
☆★☆Let your Bumble bee Fly!☆★☆
☞생각하고, ☞찾아보고, ☞배워보자



호박벌 날려보내기

  중세나 근대에는 정말 몰라서, 알아볼 방법이 없어서 무지했다면, 현대에 들어서는 너무 많은 말 때문에 무지해지는 듯합니다. 애꿎은 솔개 부리를 자꾸 뽑고 있는 1700년 된 중세 독수리 이야기부터, 사람보다 바둑 잘 두는 인공지능 이야기까지 놀라운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어떤 건 신화고, 어떤 건 뉴스입니다. 지금의 매체에선, 참이든 거짓이든 관계 없이 온갖 말이 뒤섞여 지면을, 화면을 떠다니고 있지요.
  아까 전에도 '물을 두 번 끓이면 독극물이 나온다' 그래서 한번 끓인 물을 다시 끓여 마시면 안 되느니 하는 연금술 같은 거짓말이 '생활정보 꿀팁'인 양 돌았어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물 끓이는 클립아트를 붙여다 아무렇게 적어놓은 글이었죠. 여러분은, "그럼 국밥집 사골 국물은 고위험성 독극물이 되나?" 하고 갸우뚱 했나요?, 아니면 "내가 몰랐던 건강 정보네!" 하며 공유 버튼을 누르고, 서둘러 남아있던 커피포트 물을 갖다 버렸나요?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에는 참/거짓/공상/농담/익살/진지 뭔지 구별할 해시태그가 붙어있지 않지요. 스스로 태그를 붙여야하고, 무슨 태그를 붙일지 생각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골국물이 독극물이 돼버리고, 나는 멍청함을 그대로 퍼뜨리는 바보상자 역할을 해버리는 거죠.

끓였던 물을 또 끓이면 171,429 따봉

  개미는 가만 보고 있으면 끊임없이 움직이니, 흔히 일벌레처럼 묘사해왔지요. 이솝우화에서 부터 전해온 '개미와 매미'이미지는 정말 많이 퍼져있지요(번안되어 전해지며 여치가 된 판본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번역에 번역을 거듭하다 베짱이까지 되어버렸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개미를 자세히 보면, 기대하던 만큼 근면함의 아이콘은 아니라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2015년, 애리조나 대학교의 Daniel Charbonneau, Anna Dornhaus 外 연구진은 호리가슴개미(temnothorax rugulus) 250마리를 하나하나 챙겨다가 색색으로 이름을 붙이듯 표시를 하였습니다. 호리가슴개미는 군락 규모가 비교적 작아서 연구에 좀 더 쉽기에 택하였다고 합니다. 2주 동안 표시한 개미들이 24시간, 정말 무엇을 하는지 250마리 각각의 생활을 들여다 본 거죠. 이러한 관찰을 독립된 다섯 개미 군락마다 해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이솝우화에 나올만한 개미는 3%에 불과했습니다. 25%는 항상 놀고 있었고, 72%는 관찰기간 중 절반 정도 시간만 일했습니다. (주4일제 쯤 되려나요) 개미는 통념처럼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잘 놀면서도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이었던 거죠. 오히려 매미로 우화한 뒤, 생존 가능한 몇 주 만에 '일'을 다 마쳐야 하는 매미가 훨씬 바쁠 수도 있겠네요.

"휴가 중"


  호박벌은 우리가 나기 전부터 여태까지 잘 날아다니는데, 왜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호박벌을 붙잡고선 놓아주지 않는 걸까요? 호박벌 거짓말의 기원은 1930년대. 대개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과학자'가 잘못된 계산을 했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그 중 프랑스 곤충학자 앙투안 마뇽 Antoine Magnan (1881-1938) 과 앙투안의 조수였던 수학자이자 항공학 연구자, 앙드레 생-라게André Sainte-Laguë (1882-1950) 사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눈에 띕니다. 1934년 출간된 <곤충의 비행(Le Vol des Insectes)>이란 책에선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합니다.

...Tout d'abord poussé par ce qui se fait en aviation, j'ai appliqué aux insectes les lois de la résistance de l'air, et je suis arrivé avec M. Sainte-Laguë à cette conclusion que leur vol est impossible. 
...비행에 관하여, 곤충에 작용하는 항력을 계산해보았는데, 나는 생-라게 씨와 함께, 이들이 나는 건 불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틀린 계산이었죠. 말하자면 헬리콥터에다 비행기 띄우는 공식을 적용한 셈이었습니다. (벌의 비행 방법은  헬리콥터와도 또 다릅니다) 나중에 본인도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고 바로잡으려 했다지만(우선 들어가서 다시 보니 벌레 날개가 비행기처럼 매끄럽지도 않았죠), 그 전에 벌써 이런저런 언론에서 흥미거리 처럼 퍼뜨리면서 지금까지 대표적인 동물 거짓말로 자리 잡아 버렸답니다.
  사이비 동물 거짓말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해롭습니다. '호박벌'이라는 언급이 없었는데도 언제부터인지 '뚱뚱하고 못났다'는 이미지를 덧붙여서 억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메리케이 Mary Kay를 만든 메리 케이 애쉬 Mary Kay Ash(1918-2001)는 화장품 판매지점의 세일즈 독려를 위해서 호박벌 이야기를 즐겨 했다고 합니다. 못 나는 호박벌도 나는데, 아무튼 화장품이라고 못 팔면 되겠냐는 거죠... 마이크 허커비 Michael Dale "Mike" Huckabee는 2008년 대선후보 경선 캠페인 중에 호박벌 이야기를 하면서 무지함을 널리 드러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대단한 가르침을 얻는 듯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려 '과학자'도 못 밝혔다는 호박벌의 신비라니! 무려 '에어로다이나믹'하게도 불가능하다니! 1700년 된 솔개 이야기가 노후대비, 자기개발, 인력/조직관리에 멋대로 출연하는 것처럼, 80년 된 신비의 호박벌은 현대의 아무 말 주술사들에게, 나름의 주문사항을 격정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주술적 토템처럼 쓰입니다. 오오, 저 신비한 호박벌을 보라! 그리고 '세일즈!' 그리고 '자기를 개발!' 그리고 '영성 충만!'
  곤충들은 장장 400,000,000년을 거치며 다듬어 온 비행 방식이지만, 우리가 이들의 비법을 본격적으로 알기 시작한 지는 20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해를 못했다고 벌만, 그리고 하필 호박벌만 초자연적 존재가 되거나 기적의 증명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죠. 파리나 벌은 보통 초당 200~300회 날개를 펄럭이는데, 헬리콥터 로터보다 10배는 빠르고, 어떻게 보면 제트엔진 rpm이랑 맞먹습니다. 분석하기가 쉽지 않지요. 학자들은 초고속 카메라, 소형 풍동,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동원하면서 조금씩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날개 말고도 비행에 관여하는 감각기관과 제어 기제, 근육의 움직임 등등 알아야 할 게 너무나 많지요. 조그만 날파리라도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체제를 갖추고 진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연구자가 자연의 모습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차원 모형화한 잠자리 날개 움직임에 따른 공기흐름' - Z. JaneWang, Cornell University, Annual Review of Fluid Mechanics

  마지막으로, 개구리와 전갈은 어쩌다가 숱한 '~.ppt'에서, '좋은 글'에서 멋대로 개구리 백숙이 되고, 자살당하게 되었을까요? 둘 다 100년은 된 오해입니다. 어느 생물이나 활동이 가능한 한계 온도가 있죠. Critical Thermal Maxima/Minima를 넘으면 운동능력을 상실하고, 곧 죽음을 맞겠지요. 그래서 그 온도에 닿기 전에 몸을 피할 겁니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인 만큼,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활발해져서 적당한 곳을 찾아 탈출하겠지요. 개구리 삶기 거짓말은 일종의 '미끄러운 경사면 오류'입니다.
시드니 대학교의 칼 크루젤니키 Karl S. Kruszelnicki 는 칼럼에서 개구리 삶기 거짓말의 기원을 찾다가, 1897년, 정신과 의사이자 학자였던 에드워드 윌러 스크립쳐 E.W. Scripture가 <The New Psychology>에 기고하며 인용한 독일발 실험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개구리를 움직이지 않게 하고 끓일 수 있다. 개구리를 물에 넣고 1초에 0.002도씩 올렸더니, 2시간 반이 지나자 죽은 채 가만있더라'

  대강 이런 내용인데, 적힌대로 봅시다. 물은 100도에 끓습니다. 그런데 2시간 반 동안 1초에 0.002도를 올리며 끓였다니 역산을 해보면… 처음에 80도 짜리 물에 집어넣은 겁니다(!)… 들어가자 마자 이미 죽어있으니 안 움직였겠죠.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유럽에선 '불길에 둘러싸인 전갈이 자살한다'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죠. 개구리 삶기 거짓말 만큼 끔찍합니다. 불구덩이에 넣었으니 전갈도 끔찍한 활동 한계 온도의 끝을 확인하다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겠죠. 그리고 곧 죽어버렸을 겁니다.
파브르(Jean-Henri Fabre 1823-1915)는 당시 전갈에 대한 속설을 확인하기 위해 랑그도크 전갈 여러마리를 구해서 직접 실험을(학대를) 해보았고, 결과를 기록했어요. 전갈을 관찰한 여러 이야기는 1900년대 초 출간된 <반딧불이와 여러 딱정벌레에 대하여 The Glow-Worm and Other Beetles>라는 선집에 실려있습니다.

...It seems probable that those who invented the story of the Scorpion
committing suicide were deceived by this sudden swoon, this paralyzing spasm, into which the high temperature of the enclosure throws the exasperated beast. Too quickly convinced, they left the victim to burn to death. Had they been less credulous and withdrawn the animal in good time from its circle of fire, they would have seen the apparently dead Scorpion return to life and thus assert its profound ignorance of suicide. Apart from man, no living thing knows the last resource of a voluntary
end, because none has a knowledge of death. 
...전갈이 자살한다는 이야기를 지어낸 자들은 아마도 갑자기 전갈이 까무러친 모습에 속은 모양이다. 전갈은 고온의 폐쇄공간에 분통을 터뜨리다 경련을 일으키며 기절해버렸을 테다. 관찰자는 너무 섣불리 진단을 내려버려서, 전갈이 타 죽을때까지 내버려뒀다. 그렇게 금방 믿어버리지 않고, 전갈을 적당한 시점에 불구덩이에서 꺼내줬더라면, 죽은 전갈이 부활하는 모습까지 목격했을 테다. 전갈은 자살이란 걸 알 도리가 없다. 인간 외에 어떤 동물도 자발적 파멸이란 최후의 수단을 알지 못한다. 왜냐면 죽음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파브르가 남긴 관찰이나 분석이 모두 맞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갈은 아무래도 자살을 떠올릴 수준까진 안 되고, 자기 독에는 면역이라 찔러봐야 소용도 없습니다. 이후에, 고래나 코끼리, 침팬지처럼 인간 외에도 사고수준이 높은 동물은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는 점은 여러 차례 확인이 되었지요. 그럼에도, 파브르 덕분에 전갈에 씌인 괴상한 오해 하나는 풀었죠. 무지와 환상의 안갯속에서도 사소하게, 까칠하게라도 실증과 기록을 쌓아온 덕에 사람들은 멍청함의 그늘에서 한 걸음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무지를 깨고 싶지 않은 자들의 압력까지도 견뎌내고 쌓아온 성과죠. 이들은 왜 예민하게 따지냐고, 불편하다고 비난을 퍼붓습니다. 파브르도 곤충을 관찰하며 괴짜로 무시당하고, 봉변을 당하기도 했죠. 거짓말로 짜낸 억지 이야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저마다 치밀하게 관찰해서 알아낸 결실. 덕분에 엿보게 된 자연의 본 모습에서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지 않을까요? 진리에 다가갈수록, 배우는 내용도 더 깊고 풍부해질 겁니다.

  이제, 우리 마음속의 호박벌을 날려봅시다.


Sunset Bumble Bee, 2011, Photo by Bjorn Watland
https://www.flickr.com/photos/bjornwatland/




☆★☆[좋은 글] 참고문헌 [힐링치유 글]☆★☆
<끓였던 물을 또 끓이면 유독성분이 생길 수 있다?> 2016 , 최낙언, 슬로우뉴스
<이솝우화에서 여치가 베짱이로 둔갑한 사연>
 2012,여강여호의 책이있는 풍경(Blog)
<Workers ‘specialized’ on inactivity: Behavioral consistency of inactive workers and their role in task allocation>
2015, Daniel Charbonneau & Anna Dornhaus,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September 2015, Volume 69, Issue 9, pp 1459-1472
<Ants can be spongers too! 'Lazy' insects found in colonies that spend half their time inactive while others work around them> 2015, RICHARD GRAY, MAILONLINE
<How a Fly Flies> 2013, Michael Dickinson, TEDxCalTech
<DISSECTING INSECT FLIGHT>2005, Z. JaneWang, Cornell University. Annual Review of Fluid Mechanics Volume 37, Annual Reviews.
<Frog Fable Brought to Boil> 2011, Dr. Karl S. Kruszelnicki, Conservation Magazine-University of Washington 
<The Glow-Worm and Other Beetles> 1919, Author: Jean Henri Fabre
Translator(Eng): Alexander Teixeira de Mattos
DODD, MEAD AND COMPANY, INC.,NY
E-book from Project Gutenberg. pg#27868





지금도 거짓 동물 이야기를 찍느라
종이가 되어 사라져가는 나무들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