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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ooriProject
[Tandoori] EP 07, 08, 09 - 사이비 동물 거짓말 SE01 제작노트
솔개의 선택? 메기효과? 가짜 우화는 현대판 주술이다.
어디서 한 번쯤은 주워들은 닳고 닳은 동물 이야기가 있다. 특히,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앉아 들어야 하는 '훈화시간'이나 '정신교육', '강연시간'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솔개의 선택', '사자의 교육법', '메기효과' 이야기. 과연 사실일까.
솔개 부활 시리즈의 기원을 찾자면, 무려 AD 200년쯤부터 전해지는 <피지올로구스(Physiologus)>라는 서적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피지올로구스는 중세의 생태박물지 x 기독교상징백과 느낌인데, 구전으로 흘러오는 이야기가 채록되어 중세까지 여러 판본이 묶여 나왔다고 한다. 목차를 보면, 세이렌도 나오고, 용도 나오고, 유니콘도 나온다... 이 중에 '독수리' 이야기는 불사조와 뭔가 섞여 있는데, 독수리가 늙으면, 태양 가까이 날아올라 온몸을 불사르고(!) 물에 낙하하고, 그 사이에 태양풍으로 라식수술도 받는지 시력도 좋아지고, 다시 젊어진 몸을 얻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시편 103:5) "네 인생에 복을 가득 채워주시어 독수리 같은 젊음을 되찾아주신다"
British Library, Royal MS 12C.xix, Folio38r |
800년 전 필사본에 묘사된 독수리의 모습이다.태양까지 날아올라 젊음을 찾는 설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햇볕에 깃을 다 태우고 생닭처럼 낙하하는(!) 모습까지. 필사본에 묘사된 독수리 이야기에는 기독교적 상징이 반영되어 있다. 태양(신)을 바로 보고, 태양까지 닿은 뒤 부활하는 이미지로, 독수리는 예수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가 천 년을 건너 날아와 그로테스크한 70년 솔개 이야기가 된 것.
'암벽등반 시키는 사자' 시리즈도 강하게 키우려고 조기특훈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새끼를 잡아 죽이는 걸 100년 전쯤 잘못 관찰한게 엄한 교육의 폼나는 사례인 것처럼 여기저기 전해졌다고 한다. 사자 무리 사이에서 영아살해가 간혹 일어나는데, 수사자끼리 싸움이 나서 무리의 우두머리 사자가 바뀌면, 새로 무리를 차지한 수사자는 번식을 위해 남아있던 새끼를 같이 죽여버린다. 암사자는 새끼를 키우는 동안은 새로 임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격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끼를 피신시키기도 한다. 사자는 한 번에 두세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장성하기까지 2년이 걸리고, 생존율이 30% 내외다. 같이 잘 키워도 모자랄 판에 서바이벌 오디션할 여유가 없다.
그리고 '메기효과(Catfish Effect)'. 이 이야기의 원류가 되는 Russian Catfish and Western Herring 비유는 'Catfish Philosophy'라는 제목으로 1950년 4월, Rotarian이란 잡지에 실린 아놀드 토인비 Arnold J. Toynbee의 기고글에 등장한다. 간단하게 보자면, 냉전시대 서구 블록(청어떼)의 발전은, '메기' 역할을 하는 러시아의 그림자가 반면교사이자, 체제경쟁의 파트너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였다. 1950년 글에서 토인비가 빗대어 쓴 영국 어부의 청어잡이 이야기가 어쩌다 미꾸라지까지 됐는지 모르겠는데, 중화권에서는 또 노르웨이 정어리가 되어서 이야기가 돈다고 한다. 정치사회 시론에 쓴 비유가 어쩌다 인력관리 자기개발 경전의 일부가 됐는지도 의문이다.
같은 수조에 천적을 넣으면 진정한 활력이 유지될까? 유리창에 맹금류 그림자를 붙여놓기만 해도, 다른 새들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천적의 존재는 먹이가 되는 동물의 심신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끼친다고 한다. 천적을 계속 의식해야 한다면 제명에 못 산다는 말이다. 수조에 들어있다면 어차피 잡혀서 죽을 상황일텐데, 활어인지 아닌지는 먹는 사람 입장에서나 중요하겠다.
솔개(떠다니는 합성사진 자료엔 대충 독수리)는 하필 죽음과 부활의 70년을 살려놓고, 난데없이 암벽등반 시키는 동물은 '썰'을 푸는 사람마다 사자, 호랑이였다가 독수리됐다 변화무쌍하다.
그럼에도 '훈화'시간을 위해 굳이 엉터리 캐스팅을 하는 이유는, '동물의 생태'라는 구실이 일견 과학적이고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 아닐까. 가짜 교훈은, 합리를 가장한 주술적 믿음이 된다. '고양이 재수없어'가 얼마나 많은 고양이를 죽였을까. 조기교육이니 학대를 하면서도 '나는 사자의 육아를 하고있다! 강하게 키운다!'고 기세등등하지 않을까. 사이비 과학의 껍질을 쓴 이야기는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해롭다.
*사이비 동물 거짓말 SE02 - 호박벌 날려보내기 - 생각하고 찾아보고 배워보자